십수년전에 돌아가신 할머니는 여든을 넘기며 치매에 걸리셨다.
머리가 굵어지며 할머니를 찾아뵙는 일이 점점 줄어들었었고,
그건 할머니가 치매를 앓으실때도 마찬가지였다.
할머니를 찾아 뵌 어느날,
할머니는 내 손을 꼭 잡고 이렇게 말씀하셨다.
"재형이, 할머니한테 하늘처럼 높은 사람된다고 말했었재?"
가슴이 먹먹해 차마 쉽게 대답할 수 없었던 그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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얼마전 월정사에서 운영하는 노인요양원에 다녀왔다.
따로 해드릴 일이 없어도,
적적해하시는 노인분들의 말벗만 되어드려도,
그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.
거기서 또 할머니를 만났다.
치매에 걸린 할머니.
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쉽게 알아 들을 수 없는 얘기를 하시던 할머니가
갑자기 미소를 거두시고 내 눈을 바라보며 말씀하셨다.
"가끔 이렇게 새사람을 만나면 정신이 돌아와요. 그런데 슬프네요. 이제 조금만 있으면 가실거잖아요?"
미소가 사라진 할머니를 뒤로 하고 요양원을 빠져나왔다.
이미 하늘처럼 높은게 뭔지도 모를만큼 찌들어버린 나.
아마 그 요양원을, 그 할머니를 다시 찾는 일은 없을 것 같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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